북한과 합작한 해외기업 100개 최초공개
북한과 합작한 해외기업 100개 최초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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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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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06년 첫 핵실험 했는데 대북투자는 사상 최대였다!
 

⊙ 북한과 합작한 회사 대부분은 중국 소유
⊙ 외국 참여 기업들 상당수가 북한 측보다 지분 많아
⊙ 北 테러지원국 지정돼 있는 동안 오히려 해외투자 늘어나
⊙ 광산업, 중공업, 건설업 관련 합영회사가 주축
⊙ 합영기업의 북측 본사는 전기공급 원활한 평양에 밀집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북한 김정은이 북한이 개발했다는 핵탄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6일(한국시각), 미국과 중국이 유엔안보리 대북(對北)제재 결의 초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실천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북제재 시늉만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외 정세에 정통한 중국전문가는 중국의 대북제재안 합의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끝까지 막기 위한 일종의 후퇴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한발을 빼는 대신 사드 배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의 방송매체 P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동북아에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대북제재 등에 중국은 미온적(微溫的) 제스처만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복병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중국과 함께 암암리에 북한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단 유럽과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미·일은 강도 높은 독자적 제재까지 나설 계획이다. 한국도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를 던져 미·일에 강력한 독자적 제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 입항하려던 북한 선박들을 추적해 우리 정부가 해당 선박들의 입항 금지를 중국과 러시아에 요청한 것도 받아들여졌다. 북한 선박들은 회항해야만 했다. 필리핀에 입항했던 북한 선박은 필리핀 당국에 몰수당했다.


김정은의 지갑, 39호실

대북제재안의 핵심은 단연 경제적 압박이다. 북한이 해외기업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해외 취재원 등을 통해 북한과 사업을 하고 있는 합영기업 명단을 입수했다. 이 명단에는 약 2000년대 초반부터 2013년까지 북한과 사업을 추진해 온 기업들이 총망라돼 있다. 이번에 입수한 자료는 국내외 정부기관의 대북제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깨고, 북한 내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정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이기도 하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이 명단에 포함된 일부 기업은 북한의 핵개발 등을 이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 폐쇄 직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의 수익금 중 약 70%가량이 핵개발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발언에 일부 야당의원 등이 자료를 요청했으나 보안을 근거로 거절한 바 있다. 국내 여러 매체가 취재해 본 결과 개성공단의 자금은 ‘김정은의 지갑’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39호실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 북한의 국제사업과 연관된 자금은 모두 북한의 지휘부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명단은 입수한 비밀자료 여러 개를 종합 및 분석해 작성한 것이다. 명단 정리에 약 한 달이 소요됐다. 입수한 자료에서 파악이 불가능한 부분은 공백으로 두었다. 입수자료는 출처에 따라 차이를 보여 각 자료마다 사용된 언어가 중국어, 영어 등 다양했다. 국내외 관계당국의 추적을 돕고자 회사명은 되도록 원어(原語)를 유지해 작성했다. 이 자료에 나온 기업을 국내 검색포털 등을 통해 확인해 보면 북한 서버로 접속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국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했다.

명단에 나온 북한의 기업들을 분석해 보니 북한 측 본사는 북한의 평양이나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 본사를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측 본사도 대부분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린성과 랴오닝성에 대부분 위치해 있다.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북중(北中) 합영기업이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모든 외화(外貨)를 중국이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국이 이번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돈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구조다.


北 연간 해외 합영기업 통해 올린 수익 약 4000억원

뉴욕의 유엔(UN)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수한 비밀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 액수는 약 24억 달러(USD)에 달한다. 이것을 한화로 환산하면 2조9000억원이다. 이 수익을 해당 연수로 나누면 연간 3억 달러(한화 3800억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명단에 포함된 회사들의 설립구조를 보면, 반수가 넘는 회사들이 합영기업(合營企業·Joint venture)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에서 통신업을 진행했던 이집트의 ‘오라스콤’도 합영기업의 형태였다. 오라스콤은 북한에서는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라스콤은 북한에서 수익을 내고도 북한당국에 송금을 허가받지 못해 사실상 모든 수익금을 북한에 강제몰수당했다.

합영기업들 대부분은 기업의 운영권한을 북한이 아닌 해외 측이 가지고 있다. 즉 합영기업의 지분을 나눈 비율이 북한보다는 해외기업이 더 크다는 말이다. 해외기업과 북한이 50대 50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지분 보유율은 북한이 적더라도 실제 수익금은 북한이 더 많이 수령해 간다고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오라스콤의 경우 북한은 고작 25%의 지분(오라스콤 75%)만 가지고 있었지만 송금을 제한해 수익금 전액을 빼앗아갔다. 결국 기업 지분율이 더 많다는 건 그만큼 투자비용을 해외 측 회사에서 대부분 부담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이득인 셈이다.

합영기업에 이어 다음으로 많은 사업 형태는 계약 합영기업이다. 이들은 일정한 계약 조건을 걸고 일시적으로 북한과 합작한다. 마지막으로 100% 순수외국기업(Foreign subsidary)이 북한에 진출한 경우다.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 철수 이후 차량들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이태경 기자
다음은 입수한 정보 자료들을 토대로 국가별로 분류한 기업 명단이다.

이들 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한 결과, 대부분의 합영기업은 광물자원과 연계된 광산업체이다. 북한에서 채굴한 자원을 중국에 수출해 상당수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중에는 희토류도 포함하고 있다.

광산업 다음으로 많은 것은 소비재, 중공업 및 건설업, 식품 및 농업, 운송업, 화학, 관광, IT전자, 무역, 금융 순이다. 즉 북한은 남한과 달리 주요 사업 분야가 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부가(高附加)의 첨단 분야에 대한 사업은 극소수였다.

러시아는 북한과 같은 공산권 국가임에도 입수된 자료들 중에서 파악된 합영기업의 수가 많지 않았다. 중국과 비교했을 때, 이는 매우 상반된 것이다. 러시아는 합영기업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북한을 도와주고 있는지 관계당국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북한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한 유럽의 국가들이 다수 있다. 특히 중립국 지위를 가진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은 그 종류와 수량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인도주의적 차원의 의약품에 대한 지원은 지속할 예정이지만, 규모를 늘리거나 식량을 대량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70~80년대 스위스는 북한에 상당량의 식량을 지원했지만 이와 같은 지원이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대북제재안의 중요성을 중립국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열한 대부분의 합영기업은 사업을 위해 양국 간 본사(Head Quarter)를 필요로 한다. 북한 측 본사는 수도인 평양을 선호하고 있다. 전력 공급이 타지역에 비해 안정적이고 정부 주요 기관 및 관련 간부들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北 2006년 1차 핵실험했는데… 대북해외투자는 급증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표결 1일 전 북한의 화물트럭들이 중국 단둥의 한 화물창고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 중에서도 평양의 중심부에 가장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평양 내 소규모 자치구(군, 읍)인 낙랑, 만경대, 모란봉, 대동강 순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평양 시내 곳곳에 합영회사의 사무실들을 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평양에만 약 120여 개 합작기업의 북한 측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북한이 해외 국가와 합작회사를 가장 많이 차린 시점은 2006년이다. 북한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다른 기간 대비 합작회사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초 성장세는 2003년부터 목격됐다. 이렇게 해외 투자가 늘어난 원인은 북한의 대외 정책의 변화로 파악됐다. 북한은 2002년에 대외 정책을 개선해 해외 교역량을 늘려나갔다. 전체 합작회사 중 약 80%가량이 2003년 이후 생겨난 회사들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북한은 이 시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행위에도 해외투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동안 시행된 대북제재가 큰 실효성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된 2008년 대북 해외투자는 2007년 대비 급감했다. 어떻게 북한이 가장 어려운 시기 최대 해외투자량을 달성했는지 관계당국의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이 원인을 분석해야 향후 가해질 대북제재에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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